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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기타

도싸 장풍 사건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by 디런치 2017. 8. 14.

도싸 장풍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었고, 이제 라이더들 사이에서 도싸 장풍 사건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도싸 장풍 사건은 '콘돌 장풍', '콘돌이 장풍', '팔당 장풍'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간단하게 도싸 장풍 사건을 설명하자면, 10명 정도의 팩으로 달리던 그룹이 한 개인 라이더을 추월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팩이 앞의 라이더를 추월을 하려면 "추월", 또는 "지나갑니다" 등으로 알리고 추월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라이더는 추월하는 팩을 위해 도로 우측으로 붙어주었고, 팩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개인 라이더가 팩이 다 추월하지 않은 상태에서 팩 중앙에 들어왔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이다. 팩의 가장 후미에 있던 라이더가 중앙에 들어와 팩을 분리시켰던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라이딩 중 개인라이더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며 추월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개인라이더는 매우 불쾌하여 팩을 쫓아가 따졌으나 사과없이 서로 흥분만 나누게 되어 이를 도싸(도로 싸이클의 약자) 동호회에 글을 남기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더욱이 문제를 붉혔던 것은 가해자가 꽤나 유명한 자전거 블로거였고, 이 가해가와 연관지을 수 있는 여러 브랜드, 예컨데 가해자가 속해 있던 자전거 팀에 대한 글과, 이를 후원하는 브랜드 들이 있다는 것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필자도 개인미디어를 하고 있지만, 자전거를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라는 점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이미 온라인 상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보니, 더욱더 마녀사냥에 들어가기 쉬웠을 것이다.


이에 가해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해명의 글을 썼지만, 도리어 비판의 강도를 두배로 올리는 원인을 제공했을 뿐이다. 가해자는 자신은 일부러 피해자를 밀친 것이 아니라 수신호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불필요하게 터치가 되었다는 것이 해명의 요지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만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고 떳떳히 밝혔지만, 이 역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만큼 명확한 자료가 아니었으며, 실제 접촉한 영상이 아닌 사건이 발생되기 바로 직전까지의 영상만을 올렸고, 하필이면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영상이 지워졌다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했다. 




설사 가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일부러 접촉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 가해자는 분명 마녀사냥의 빌미를 여러모로 주고 있다. 해명의 글에서 사과의 말이 있었다면, 동호인들의 이해의 폭이 더 넓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추월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일어났으니 가해자는 분명 가해측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인지 모르지만, 스키를 탈 때에도 늘 추월하며 내려오는 쪽에 책임을 더 가한다. 속도를 내고 추월을 하더라도 추월당하는 사람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가해자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여러 라이딩 사진이 나오는데, 사진촬영을 위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례가 다소 있으며, 이 가해자와 예전에 라이딩을 즐겼던 다른 라이더의 증언, 그리고 라이딩 중 손의 접촉이 이 번이 처음이 아니란 증언 등에서 가해자가 이번 사건에서도 의도적으로 손으로 밀쳤다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증거영상이라고 올린 영상을 보면, 앞서 언급했듯이 사건의 발생되기 직전까지의 영상이 있는데, 가해자가 속해 있던 팩은 분명 좁은 도로에서 무리하게 추월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필자도 자전거를 타고 팔당대교를 자주 넘지만, 그 도로는 그렇게 빨리 달려서는 안되는 도로임에는 분명하다. 장애물도 많고 도로도 너무 협소하다. 중요한 사건의 시점의 영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러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라이딩 문화



그렇다면 필자는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일부 레져문화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을 위해 왜 글을 남기고 있을까? 필자 역시도 자전거 경력이 약 10년이다. 국토종주는 물론, 자전거 대회, 한강 라이딩을 주로 하는 소위말하는 자덕(자전거 덕후) 가운데 한 종자이다. 하지만, 자전거 동호회인구가 증가할 수록, 또는 현재 자전거 동호회의 변해가는 문화를 볼 수록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이다. 무엇이든 간지나고 폼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 운동에 있어서도 자기개발을 위해 전문적인 강습과 장비, 훈련 등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 역시도 실력보다 허세가 많은 라이더임을 밝혀둔다. 분명, 자기개발을 위해 보다 전문적으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하지만, 자전거를 선수급으로 타려고 한다면 다소 여러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자전거는 전용훈련장이 아닌 공도이든 자전거도로이든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은 보행자 도로가 따로 있어도 보행자 겸용도로인 경우가 많으며, 자전거도로에서 보행자와 사고가 나면 대부분은 자전거의 과실이 된다. 공도의 경우도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하면서 사용해야 하고, 왕복 2차선 도로의 경우에는 자동차 주행과 겹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것도 위법이다. 


여러가지 난제를 안고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신의 기록과 훈련을 위해서 자전거도로 위에 다니는 보행자들 또는 자신보다 속도가 느린 라이더들에게 비키라고 할 수 없고, 짜증을 낼 수도 없다. 고도획득을 위해 산 도로는 점유하거나, 자동차를 막아설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라바에 기록한번 올리거나 운동효과를 늘리고자 공용도로에서 자신만의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최근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인구가 늘어나 빠르면 내년부터는 자전거도로에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가 올라올지도 모른다. 이젠 보행자 뿐만 아니라 전동탈것 역시도 자신의 라이딩에 방해된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으며, 왜 전동기구를 자전거도로에서 타고다니냐며 자전거도로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의식도 문제가 될 것이다.




장풍이 아니라 이기심을 쏘다...



앞선 도싸 장풍 사건의 가해자에게 유난히 예민하게 마녀사냥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에 있어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라이딩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려하고, 자신의 소중한 기록하나를 위해서 도로를 점유하려고 드는 라이더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일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던 경우가 많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동호회에서 라이딩을 할 때를 돌이켜보면, 적게는 5명 많게는 15명씩 팩을 이루어 자전거도로에서 35km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은 일반이다. 일반적으로 20km가 권장속도이지만, 자신의 기록이나 타 동호회 인원들을 위해 열을 가해 과도하게 라이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기록된 시간에 대해 스스로 뿌듯해하고 개인기록을 갱신한 경우 축하해주기도 한다. 공식적 경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한강자전거도로에서 평상 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과 도싸 장풍 사건의 가해자의 심정에서 생각해보자. 가해자는 좁은 도로에서도 빠르게 달리며 팩을 유지하는 열정이 넘치는 라이더이다. 무엇보다 팩의 가장 후미에서 앞선 인원들을 체크하고 희생해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바람을 막아 에너지를 줄여주는 역할은 선두이지만,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 후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과정에서 한 개인라이더를 추월하였고, 후미에 있던 자기까지 모두 추월하지 않았는데, 개인라이더가 중간에 들어왔다. 그로인해 팩이 깨져 에너지 손실이 더 커졌으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뻔 했다. 그래서 욱하는 심정에 개인라이더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따졌다. 그러나 이야기가 통하지 않자, 손을 들어 제스쳐를 취했고 신체접촉이 되었다. 여하튼 팩을 쫓아가야 하니 간단히 어필만 하고 팩을 쫓아 앞서갔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혼자 라이딩을 본인의 수준에 맞게 하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추월신호를 보내왔고, 도로가 협소하니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주어 추월하기 쉽게 양보하였다. 그렇게 한명, 두명 지나가도 계속 추월을 한다. 아... 팩 추월이구나... 몇명이 지나갔고 이제 다 지나갔겠구나 하고 다시 도로 중앙으로 나왔는데, 뒤에서 다시 몇명이 추월을 한다. 그리고 추월 팩의 가장 후미에 있던 사람이 말을 건다. 팩이 다 지나가지 않았는데 왜 들어왔냐고, 그리고는 손을 뻗어 내 손을 밀고는 앞으로 사라졌다. 열이 받아 그 팩을 쫓아갔고, 다행히 신호등 앞에서 만나 사과를 요구했으나 도리어 핀잔을 받았다.


두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능하나 추월이 정당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추월당하는 라이더의 안전이 자신들의 기록이나 팩이 깨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추월하는 사람은 추월당하는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고 추월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러한 마인드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설사 팩 중간에 라이더가 들어왔다가 할지라도 그는 그 라이더에게 따질 이유가 없다. 추월당하는 사람은 추월하는 팩의 인원을 절대 알 수가 없다. 언제까지 추월하지 모르는데 주구장창 오른쪽으로 밀려 라이딩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도리어 좁은 길이라면 팩을 몇개로 쪼개어 라이딩을 하거나 추월하는 것이 더 맞다. 


필자도 가해자 블로그에 들어가 몇가지 글들을 보았다. 아주 재미있고 즐겁게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이다. 어느정도 멋도 있고, 간지도 난다.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는다. 이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솔로잉(쏠로라이딩)을 하면서도 카메라에 타이머를 맞추어 놓고 누가 찍어준듯하게 라이딩 사진을 찍는다. 어느정도는 블로그를 위한 라이딩 또는 보여주기 위한 라이딩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요즘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그러하듯, 스스로의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운동으로서의 자기만족을 넘어서 남에게 자신을 잘 보여주기 위한 운동, 남에게 과시하기 좋은 기록을 위한 라이딩이 볼러 온 결과이지 않을까? 자전거도로는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누구와는 공유해야하고 앞으로 더 많은 탈것과 공유해야할 수도 있는 공도(公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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