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의 가격이 공개되면서 다시한번 스마트폰 가격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LG전자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G5는 LG가 스마트폰 시장에 들어온 이후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단,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어 냈으니 이를 판매로 잘 이끌면 좋겠지만, LG의 가격정책은 G5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외면 받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LG전자는 G5를 국내에 31일 출시한다. LG전자는 G5의 출고가를 기본용량인 32GB를 기준으로 83만 6천원이라고 밝혔다. 몇년전만 해도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던 것과 G5가 LG의 하이엔드급 프리미엄폰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시장에서의 반응등을 고려해본다면, 83만원대의 가격에 대해서 무작정 높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LG는 삼성의 최신폰인 갤럭시 S7의 32GB의 가격을 의식해 내린 결정으로서, 일종의 경쟁사와 자존심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7의 가격은 LG의 G5와 동일하게 83만 6천원에 출시되었다. 세계시장에서의 LG의 위상은 삼성과 논하기 힘들만큼 낮지만, 국내시장에서만큼은 LG전자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의지가 이 가격에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LG는 그동안 자사의 프리미엄 라인인 G시리즈의 가격을 삼성전자의 갤럭시 S 모델에 비해서 5만원 정도 가격의 갭을 두어 삼성전자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나름대로 저렴한 폰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늘 삼성전자의 갤럭시 S 모델의 출고가에 맞추어 G시리즈의 출고가를 책정했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 2016에서 "관심"에서 만큼은 삼성과 견주어 부족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G5에 대한 자부심을 제품가격을 통해서 고스란히 전하려고 하였다고 평가된다. 필자 역시도 "혁신"이라는 기준을 놓고 본다면 2016년에는 삼성보다는 LG가 한 수 위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의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기술전쟁이라기 보다는 가격경쟁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혁신"이라는 말은 도리어 진보적 기술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보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G5의 가격은 이러한 가격경쟁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애플의 아이폰SE가 지핀 저가정책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시기가 있다.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 저렴하게 출시된다고 할지라도 누가 더 합리적으로 좋은 가격으로 출시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의 상대적 가치 자체가 결정될 수 있다. 다시말하면 LG가 강한 자신감으로 삼성의 가격정책에 따라 G5의 가격을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신경써야할 부분은 애플의 아이폰SE의 가격이다.
애플의 아이폰SE은 확실히 보급폰이다. 따라서 LG전자의 프리미엄급인 G5와 함께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아이폰6S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아이폰SE의 퍼포먼스는 아이폰 프리미엄 라인에 비해서 부족하지 않다. 더욱이 아이폰SE가 애플의 보급폰이라고 할지라도 LG의 G5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었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서 국내의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과 LG는 제품뿐만 아니라 여타 제조사들은 애플의 아이폰SE와 경쟁해야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핫플레이스인 중국에서는 이미 아이폰SE가 300만대나 사전주문이 되었다. 환율을 따져본다면 대략 한국에서 아이폰SE의 출고가는 60만원 안팍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LG의 G5가 막강한 기능과 스팩, 활용성이 높다고 할지라도 가격적으로 20만원 이상의 차이는 분명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SE가 혁신을 보여준 부분은 단연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아이폰6S와 비교할 때 코어점수는 높으며, 베터리성능 또한 앞선다. 스팩은 분명 부족하지만, 해상도를 낮추어 퍼포먼스에서 앞서도록 설계한 것이 비결이었다. 이로서 불필요한 원가를 절감하고 성능에 집중하여 가격적으로 유리한 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애플이 보여준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LG전자의 경우 이번 G5의 출고가를 두고 "원가"를 언급하면서 높은가격에 대한 명분을 설명했다. 모듈디자인, 베터리 착탈식, 풀메탈, 3D 곡면 글래스, 후면 듀얼 카메라, 상시 디스플레이, 주변기기와의 호환성 등은 분명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우 의미있는 혁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가격혁신은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살펴보았더라면 더욱 더 좋은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G5가 보급형 기종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폰SE와의 가격경쟁을 논한다는 것이 분명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간만에 세계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시점에 아이폰SE라는 변수가 등장하였다. 그것도 강력한 가격을 들고 나왔다. 이로 인하여 그 호응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까 염려스럽다.
기술에서 서비스로의 전환
최근 제조사들 중심으로 저가형 모델을 주력모델로 전환하여 출시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물론 삼성과 LG에는 원래부터 저가형 모델이 있었다. 그러나 애플의 보급형 기존이 배태된 배경부터 다를 것이다. 삼성과 LG의 보급형 기종의 목적은 점유율 싸움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다양한 기종을 출시하여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하려고 했던 것이 보급형 기종의 근본전략이었다.
물론 애플 역시 이러한 전략과 사뭇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애플의 보급형 폰인 아이폰SE가 가지는 전략은 "서비스"에 있다. 지난 몇년동안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저마다 스펙높은 스마트폰, 신기술을 보여주는 스마트폰을 개발하여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그때뿐 급속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속발전 가능한 기술의 혁신은 미미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스마트폰을 구입해야할 이유, 즉 스마트폰 자체의 기술보다 더 확장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시되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연동 서비스 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었고, 애플 역시도 컨텐츠, 자동차, 지불시스템과 같은 서비스 확장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최근 제조사들이 저가형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절대적 이유는 스마트폰을 판매해서 올리는 수익보다 이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전략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애플은 아이폰SE를 통해서 애플페이나 애플 스토어 등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을 되도록 많이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LG전자의 G5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하였듯이 LG의 G5의 기술적 혁신은 너무나도 놀랍다. 시장에 새로운 기술발전을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LG전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서비스"이다. 이제는 점유율이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부가가치의 주요 기반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LG전자가 시장에 보이는 혁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가격적인 승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LG가 G5의 강력한 경쟁력을 모듈형이라는 것에 두었다면, 단순히 완제품의 가격을 높게 측정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옵션을 다양하게 주어 모듈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 부가수익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하였으면 어떠했을까? 기본 제품은 저렴하게 공급했을 경우 자사의 모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결국 점유율과 이익에 더 큰 효과를 주었을 것이다.
LG G5와 구글의 아라프로젝트
결국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은 가격과 기술의 밸런스가 너무나도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LG가 너무 좋은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가격전략은 정말 아쉽다. 물론 국내의 경우에는 통신사 정책에 따라 정가를 모두 주고 구입하는 경우 드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5의 가격은 보편적으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못하는 가격대임은 분명하다.
G5는 앞으로 스마트폰이 어떠한 기술로 발전해야할 것인지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 좋은 제품이다. 그러나 LG의 모듈형 스마트폰의 승부는 바로 모듈을 사용해줄 기기를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글의 아라폰 또는 아라프로젝트(Ara Project)를 알것이다. LG의 G5는 사실 모듈폰의 선구자는 아니다. 이미 구글이 모듈 스마트폰 개발을 아라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LG의 G5는 구글 아라폰의 한 예시에 그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있다. 모듈폰의 시장을 선점하고 확실한 어필을 위해서 LG가 조금더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략을 가졌어야 했을 것이다. 먼저 LG가 쐐기를 박기에는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LG는 모듈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기본 바디인 G5의 문턱을 확실히 낮추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좋은 혁신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LG가 가격과 서비스를 잡을 수 있는 혁신을 다시한번 만들어 내어 시장에 어필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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