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우리는 중국의 저가 시장공세가 국내 산업에 큰 어려움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들어왔다. 최근 유통, 제조업 등 각종 산업에서 급격하게 중국에서 몰려오는 저가 공세는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산업을 잠식해 가고 있다. 물론, 국제적인 관계가 중요한 최근의 경제사회 속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서로 교류하고 자유롭게 경쟁하는 국제 질서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오랫동안 자전거를 취미로 하고 있으면, 본격적으로 취미로 자전거를 탄지는 20년 가까이 되었고, 동호회 경력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떻게 자전거 문화가 이루어졌는지 지켜보았다. 하지만, 지금만큼 국내 자전거 시장이 어려운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국내 자전거 제조산업은 이름만 남겨진지 오래되었고, 토종 자전거 의류 브랜드들의 매장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자전거 산업에 대한 국내 기술 연구 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규모 자전거 관련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이유로 코로나 기간에 버블처럼 늘어난 자전거에 대한 인기가 거품처럼 빠지거나, 새로운 대세 취미로 부상하는 달리기 쪽으로 넘어가면서 자전거 시장이 어려워졌다는 의견들이 다수이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하락이나 취미로서의 일반인들이 가지는 자전거에 대한 선호도를 이야기하고싶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 산업에 현장에 있는 국내 자전거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1. 중국을 의존하는 국내 자전거 기업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취미에 진심인 분들이 많고, 취미에 꽤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국내 자전거 시장은 사이클의 본국인 이태리나 유럽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표준이 되었고,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국내 자전거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메이드인 코리아를 외치며 국내산 자전거 시장을 개척해왔다.
자전거가 티탄이나 알루미늄 소재에서 카본으로 발전을 하던 시기, 국내에서도 기술을 개발시켜 카본 프레임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성장해 가면서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로 올림픽에서 국내 브랜드의 자전거가 사용된다거나,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이 해외 브랜드가 아니라 국내의 브랜드들 애용되는 모습을 보며 국뽕을 느낄 때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자전거 프레임 제조회사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위아**로 시작하는 브랜드는 우리나라 카본 프레임 제조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제조사들에게 볼 수 없었던 R&D에 많은 투자를 하며, 자전거 연구센터 및 기술 개발에 많은 지원을 하며 국내 동호인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이 기업 역시 수년 전부터 해외 제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기합급 프레임을 제외하고 나머지 프레임은 OEM 방식을 취하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생산의 포션을 늘리고 있다.
엘**로 시작하는 브랜드 역시 우리나라 생활 자전거에서 꽤나 인기가 높았던 브랜드였고, 특히 동호인들에게 아낌없는 투자하는 친근한 자전거 제조사였다. 카본 프레임에서는 앞선 기업보다 후발주자였지만, 풀카본 프레임을 제조하여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굉장한 입소문이 났던 브랜드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중국의 프레임을 그대로 수입해서 로고만 바꾸어 판매하는 OEM 전략으로 사업을 변경하려고 있다.
2. 인플루언서, 셀럽들의 중국제품 선전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동호인들의 중심된 문화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덕후(자덕)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얻거나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이클 프로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사이클 아카데미를 오픈하거나, 자전거 산업에 걸쳐 있으면서 동호힌들과 어울려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왔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인플루언서나 셀럽들은 현재 어떠한가? 이들의 채널을 보면 온통 중국제품을 선전하는 창구로 사용된다. 특히 어떤 두 인플루언서는 자신들이 연구에 참여하며 기획했다며 저가형 선글라스를 지난해 발표했다. 세부적이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이 두 인플루언서는 작년부터 줄기차게 중국계 국가들을 돌며 중국기업들과 접촉을 해왔다는 것을 그들의 채널에서 공개했고, 그래서 중국 제조사와 협력하여 말도 안되는 가격의 선글라스를 론칭했다. 일반 해외 선글라스의 1/3도 안되는 가격의 선글라스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자, 국내 인플루언서를 내세우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은 중국 기업의 마케팅 일환이며, 중국제품을 국내시장에 들여 오기위한 수단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 소비자들에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 인플루언서가 어디까지 참여했는지도 잘 모르고, 일반인이었을 그들이 선글라스 공정에 대단히 참여할 부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안전이나 자외선 차단 효과여부를 떠나서 엄연히 이는 중국 저가 선글라스이다. 소비자들은 국내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보며 중국 저가 선글라스를 구매한다는 불편한 마음을 상쇄시킬 뿐이다. 즉, 따지고 보면 중국 저가 상품이지만, 얼굴은 우리와 같은 자덕이니 거부감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사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2-3만원대 선글라스도 변색이나 자외선 테스트를 하면 너무 잘 된다. 과연 우리가 잊고 있는 건 무엇일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유명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 너무 심할 정도로 중국제품 위주로 소개를 하고 숏폼이나 채널의 콘텐츠에서 대놓고 중국제품을 찬양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국내 또는 중국 외 다른 국가의 제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채널을 틀면 온통 중국제품만 올라온다. 유럽제품, 국내제품, 중국제품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자전거 동호인으로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면서 현명한 정보를 주는 자덕이라고 여겨지겠지만, 유난히 중국제품만을 홍보하고 소개한다면, 사업성 채널 또는 중국제품만을 소개하는 채널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기는 어려울듯 하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이 마스크 유투버 뿐만이 아니다. 필자의 기억으로 예전 많은 자전거 유튜버들의 주요한 콘텐츠는 대회정보나 라이딩 코스, 동호인들의 에티켓, 훈련법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랬던 자전거 유튜버들은 현재 어떠한가? 이제는 다 후덕해진 몸(?)으로 중국 제품 소개하거나 알리 제품 공구만 하는 그저 중국 보따리 판매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왜 후덕해졌을까???? 그들의 배를 불린건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사이클리스트 출신의 모 셀럽의 경우는 오랫동안 동호인들과 어울리면서 이쪽 시장에 영향력을 끼쳐왔다. 방송에도 여러번 나오면서 동호인들에게 유명인이 된지 오래이다. 그가 최근에는 자전거 거리에 매장을 새로 오픈하고 그쪽에서 얼굴을 내밀며 홍보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간판을 설치했지만, 그 샵에 들어가면 중국의 져지 브랜드만 판매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그 유명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중국제품의 옷을 판매하는 중국 편집샵인 것이다.
이렇게 국내 인플루언서를 이용해서 중국의 재품을 홍보하는 것은 최근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무엇이 문제이다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과연 이러한 모습이 지속된다면, 과연 한국의 제품이 설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3. 중국제품을 상표갈이해서 판매하는 자전거
몇년 전부터 트라이폴드라고 불리는 자전거가 굉장히 인기가 많이 높아졌다. 3단으로 접혀지는 자전거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던 브롬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중국에서는 여러업체에서 브롬톤을 똑같이 카피해서 이 시장을 점령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저가 트라이폴드 자전거를 유사브롬톤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약간은 짝퉁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브롬톤도 오랫동안 독점이라는 이유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고가정책을 버리지 않았으며, 소바자들의 피드백에 잘 대응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많은 제조사들이 이점을 보완하고 저가 정책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유사브롬톤 또는 트라이폴드 자전거 가운데 브롬톤 못지 않는 기술력과 가성비 좋은 모델로 독점으로 오만했던 브롬톤에 한방 먹이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트라이폴드는 이것이 과연 사람이 탈만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조잡한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조잡한 제품들을 보면, 거의 90%이상 똑같고 물받이이나 핸들만 살짝 바꾸어 다른 상표로 판매한다. 말하자면, 국내에서 유통하기 위해 국내 수입사에게 특정 파츠만 약간 바꾼 동일한 자전거를 다양한 브랜드로 제공하였으며, 이는 결국 상표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따.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들에 매우 불리한데, 브롬톤과 유사한 제품이기 때문에 적어도 브롬톤과 비슷한 품질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가질 수 있고, 1/3도 안되는 가격을 보며 브롬톤의 가격이 기술가격이라기 보다는 과장된 것이란 착각을 줄 수도 있다.
아무리 브롬톤이 독점으로 기술개발을 미루었다고 하더라도 브롬톤 프레임은 10년동안 검증이 된 제품이다. 이와 반대로 일부 중국에서 들여오는 트라이폴드 자전거는 마감이나 내구성, 안전성 문제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모습은 브롬톤이고 다른 브랜드의 상표를 붙이고 있기 때문에 브롬톤이 갖는 기술을 그 브랜드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혼동될 수도 있으며, 상품에 대한 질을 왜곡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독점은 매우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도이다. 따라서 이 독점이 풀렸고, 중국의 일부 트라이폴드는 브롬톤을 앞서갔다고도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부 상표갈이만 해서 겉만 비슷하게 꾸민 양심없는 중국 제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없이 대량으로 막 찍어낸 자전거를 마치 브롬톤의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 마냥 혼동하여 구매하게 하는 상술이 문제이다.
결론
국제시장 속에서 중국의 저가 제품이 들어오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을 아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그동안 독점으로 인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했던 것을 이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도 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자전거는 안전과 관련된 스포츠이다. 특히 카본이 대세를 이루는 자전거 시장에서 중국의 카본기술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로드 사이클의 경우 유럽이나 미주에서 카본 프레임 무게를 10g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랙이 나거나 불량이 여전히 생긴다. 하물며 저가로 판매하는 중국의 카본 제품이 그러한 연구비를 지출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중국에도 많은 테스트와 연구를 바탕으로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지만, 그래도 중국 제품이 유럽의 것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거나 그들의 기술을 따라잡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 의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특정 사람이 국내에서 중국제품만을 선전하거나 중국 국민들을 위한 친중발언을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친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난을 한다. 그와 같이 우리나라 동호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자전거 인플루언서나 셀럽들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중국기업하고만 손을 잡고 중국의 제품을 여과없이 좋다고만 채널에서 선전하는 것,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중국기업으로 부터 제품과 돈을 받고 선전을 해주는 것, 국내기업에 스폰을 받아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이 중국 제품만을 선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자전거 동호인들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 자전거 업계 분들을 알게 되었고, 최근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정말 다양하겠지만,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중국에서 물밀듯 몰려오는 저가 제품들이라고 한다. 중국의 제품을 상표갈이해서 판매하는 전략을 몰라서 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내 자전거 문화를 사랑하고, 보다 안전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그리고 동호인들과 국내기업들의 상호조화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잘 생각해보자, 국내 자전거 기업들은 제품을 팔아 그 수익금 중 일부로 지자체에 세금을 내고 그것이 우리가 타고 있는 자전거도로를 정비하게 하고, 그 기업들이 홍보의 목적으로 후원하는 대회를 우리는 즐기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2차 3차 구매자를 가릴 것 없이 국내소비자들에게 충실하게 AS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종 자전거 페스티벌과 동호인들을 위한 투어나 라이딩의 기획에 이러한 기업들이 함께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자전거 브랜드들이 모두 망하고, 중국제품을 유통해서 판매하는 수입사만 남는다면 그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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