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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썰

대표가 회사를 사유재산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논쟁 [썰]

by 디런치 2021. 2. 4.

몇개월 전의 일이었다. 간간히 친분을 쌓으며 만나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가 가지고 있는 경제관과 정치관이 나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친하게 지내며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워낙 색깔이 확고한 부부이기에 함께 만나면 이야기가 한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본인들은 언제나 그러한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갔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그 부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초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 "보수"이다. 그 분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는 다소 (극)보수적 요소가 많아서 자신들도 모르게 정치과 경제, 사회 문제를 그 기준에 따라 이야기하며 이야기의 주제를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리드한다.

 

 

그럼 나는 무엇일까? 나는 스스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한쪽을 반드시 선택해야한다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사회에서 약간은 변태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사실 이쪽도 들어보고 저쪽도 들어보고 결국 둘다 비판하는 입장에 가깝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도 보수와 진보 모두를 들어 본다. 나는 대체로 한쪽만 맞다고 주장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고, 비판의 요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 회색분자(?) 정도로 지인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견해의 정도 차이로 인해서 극보수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 나는 진보쪽에 가까운 사람이고, 극진보에 있는 사람들은 나보고 보수적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여하튼 그 부부와의 대화를 하다보면, 여러가지 논쟁이 일어난다. 적어도 나는 그러한 논쟁이 싫지는 않다. 서로 축복해주고, 위로해주는 대화도 좋지만, 그 부부와 있을 때에는 적어도 나는 그 부부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 패러다임을 들어 볼 수 있으며, 보수적 가치를 곱씹어 볼 수 있고, 그것을 디펜스 하면서 나 스스로도 그 관념에 대해 정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회사가 대표자의 소유라는 생각

 

몇개월전 우리집에서 정부에 대한 정책, 특별히 세금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그 부부의 남편분은 작은 법인을 운영중이었고  "법인회사에 세금을 더 거두어 들이는 정부의 정책으로 자신의 사유재산이 피해를 보았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푸념에 가까운 말이었다. 실제로 많은 회사의 대표가 회사를 자신의 것(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무리가 없는 발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금 > 경비처리 > 법인화 > 개인사업자 라는 주제의 맥락에서 나는 그 말이 꽤나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논쟁을 붙였다. "사유재산의 의미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싶으면 개인사업자를 하면 되는데 왜 법인으로 하셨나요?"라고 질문을 했다. 말하자면,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구분하고, 사회와 국가가 "법인"의 제도를 규정한 의도를 파악하고 법인회사를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예민했을까? 그분은 나의 말에 약간은 당황해했지만, 주식회사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설립한 사람이 투자해서 만든 것임으로 그것이 자신의 사유재산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재차 "그럼 왜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을 했나요?"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 의미는 왜 사유재산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싶은데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했는가 이며, 무엇이 득이 되기에 사유재산으로 자금을 운용하기에는 제약 많은 법인으로 사업자를 냈냐는 의미였다.

 

국가는 "법인"을 경영권 분리와 주주들의 주식 또는 지분 공동소유, 투명한 자본관리라는 담보로 기업에게 세제혜택들을 준다.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회사를 설립하다가 절세의 목적으로 법인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위에는 정말 회사를 자신의 소유로 남기고 싶어 매출이 아주 높은데도 불구하고 높은 세금을 내면서 법인화하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말하자면, 법인의 제도는 세금과 일정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분은 세금때문에 법인을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였지만, 결국 돈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말이 복잡하지만, 국가는 세금이라는 정책을 이용해서 기업의 통제하곤 한다. 개인사업자로 대표가 회사의 이익을 독점하고 그 수익이 높아지면 대표 개인 소득의 누진세의 정책에 높은 세금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회사가 망하거나 빚을 지게 되는 경우 대표는 그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는 공동으로 이익을 나누어가지고, 회사의 이득이 크더라도 자신은 임금으로 책정된 일부분의 소득세만 지불하면 된다.  회사의 수익을 대표가 독식하지 못하며 회사가 폐업하는 경우도 유한책임이 따를뿐이다.

 

결국 법인을 자신의 사유재산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그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과, 주주들과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다소 민망한 말이다. 

 

 

기업의 사회적 혜택

런던 캠브릿지의 유명한 한국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우리는 주주가 기업을 '소유'한다고 말한다 간단한 정의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주주는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기업 경영과 관련된 일정 권리를 갖게 된다"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중

 

 

다시말하면, 대표는 기업의 주식을 사유재산으로서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기업 자체를 사유재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회사와 주식을 분간하지 못하는데에서 기인한다. 물론 어떤 기업은 대표가 회사의 주식을 100%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내가 그 기업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과연 주식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 설사 100%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고 법인회사가 대표 사유재산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가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데, 대표가 법인의 이름으로 차량을 구매했다고 하자. 대표는 출고한 법인차량에 대해 운영일지를 작성하고, 개인의 목적으로 그 법인차를 사용하면 안되며 회사업무와 관련된 일에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자유롭게 사용하고자 하면 개인차량을 구매하면 그만이다. 세금혜택을 받고 경비처리를 받기 위해 법인차량을 구매하고 그 차량은 기업활동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사유재산이라면 왜 이런 복잡한 절차를 통해 차량을 운행하는 것인가? 

 

또한 법인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구매하고 대표가 산다. 법인의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개인과 다른 대출금리나 LTV(주택담보비율)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렇게 혜택을 받아 개인보다 쉽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렇게 해주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는 법인체를 운영함으로 여러가지 혜택을 받고 그 혜택은 자신의 개인 사유재산을 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규정들이 늘 따른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부를 컨트롤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법인회사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적인 자리였고, 대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러한 말을 했을 수 있겠지만, 그 분의 의지는 강력했다. "회사는 내 사유재산이다.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나의 자산이다. 그것이 자본주의이다."라고 말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그러한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면, 개인사업자를 하면 그만이다. 회사의 수익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개인의 소득으로 삼았으니 누진 세금을 내면 그만이다. 나라가 개인의 소득이 아닌 회사의 소득으로 세금을 분리해주고 그로인해 대표에게 주어지는 비용과 책임이 분산되고 있다면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 가운데 살아가고 자본주의라는 경제관념은 여러번의 수정과정을 걸쳐 현재 "누진세 제도"를 마련하여, 기업과 부자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순수히 자신의 노력과 자본으로 회사를 일으켰고, 자신의 100% 공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내가 비용을 내지 않았지만 혜택을 받는 것들이 있다. 또는 내가 내는 세금보다 혜택을 더 받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 사회가 지탱하는데 국가는 비용을 지불하며 그 혜택 역시 기업과 대표도 누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작은 기업일 수록 대표가 지배주주(dominant shareholer)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회사는 내꺼야"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뿌리 깊게 자리잡히 기업의식 때문에 "내 회사야"라는 잘못된 가치관이 대표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법인체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내것이니 국가가 누진세 제도를 이용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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