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수를 높이는 것은 조금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그들의 희망일 것이다. 최근 인터넷이나 언론보도에서 쉽게 쓰이는 용어 가운데 하나는 "숫자놀이"이다. 급성장한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이 "숫자"에 집착했다. 숫자로 파생된 "스팩" 또한 매우 매력적인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심리가 그대로 투영되듯, 스마트폰의 짧은 역사 속에서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제조사의 제품이 좋다고 우기기에 이 "숫자"를 잘 사용했다.(컴퓨터 산업이 발달했을 때도 그랬음) 얼마나 제품을 활용하고 그 결과물이 어떠한 것보다 어느 제품에 어떠한 숫자가 매겨져 있는지가 더 중요했고, 그것은 과학적 팩트라는 인식에 따라 좋은 제품이라는 근거, 또는 증거의 역할을 했다.
최근 삼성의 갤럭시S6 사진이 유출되었고, 필자 역시도 Verus가 유출한 갤럭시S6의 사진을 포스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메라 돌출"이었다. 사실 모바일시장에서 "카메라돌출" 이슈는 갤럭시S6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삼성의 지난 시즌의 제품에도 카메라돌출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린 것은 아이폰6이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6가 돌출된 카메라를 탑재하고 나타났을 때 세계언론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고, 저마다 아이폰6의 최대 단점으로 꼽았다. 팬덤에 자극된 반애플 유저들은 아이폰의 돌출된 카메라를 구구절절 비판의 먹잇감으로 사용했었다. 그리고 삼성은 곧 출시되는 갤럭시S6의 카메라를 돌출시킨다는 것이 기정화된 사실로 여겨진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삼성이 디자인에 대한 반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전히 카메라 성능에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말하자면, 카메라를 돌출시켜야 한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삼성이 갤럭시S6의 카메라에 대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의 갤럭시S 시리즈들의 카메라들은 삼성이 무리수를 둘 정도로 쥐악이었나? 이미 지난 갤럭시S5를 발표했던 삼성은 갤럭시S5의 카메라 성능을 전면 CF에 내세울 정도로 카메라성능은 주무기였다. 평가는 각자의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음으로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치부하더라도 나름 삼성 최신 스마트폰들의 카메라 기능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두 기업을 경쟁구도로 잡고 싶지 않지만, 애플과 삼성은 어쩔 수 없는 비교의 대상이다. 스팩부터 기능, 디자인까지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들은 그야말로 상향평준화를 이루어냈다. 역사적으로 시시콜콜 "터치감"에서 시작되었던 두 기업의 잘난체들은 이제 사실 거의 평준화되어 무의미하다. 카메라 성능에서 역시도 오랫동안 애플이 왕자의 자리를 군림해왔지만, 갤노트4부터 확실히 개선된 카메라 성능은 확실히 두 제조사의 카메라 성능비교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왜 삼성은 애플이 "카메라돌출"의 몰매를 맞은 시점에서 왜 차기작에 돌출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유출된 사진에 근거한다면) 기존작보다 더 뛰어나오게 만들었을까? 왜 일까?
숫자를 위한 무리수가 아니길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해본다면, 삼성이 왜 무리수를 두면서 카메라를 더 돌출시켰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나름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는 최적화된 카메라인데 왜 그랬을까?
물론, 혹자들은 카메라라는 것이 동적인 사진뿐 아니라 셔터스피트, 손떨림 등 다양한 기능의 향상이 필요하기에 제조사가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지적하는 것은 "무리수"이다. 카피켓이라는 오명과 애플의 돌출카메라에 대한 유저들의 비난, 이 두가지를 고려해본다면, 이 시점에 삼성이 굳이 카메라를 돌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 이유에 다가서기 위해 최근 기사를 살펴보자. 삼성은 샘모바일을 통해서 갤럭시S6에 20메가 픽셀 OIS카메라를 장착될 것을 알렸다. 이미 모듈의 크기와 발열의 문제로 인해 16메가 픽셀로 굳혀져 갈것만 같았지만, 삼성은 카메라를 더 돌출시키면서까지 20메가픽셀로 밀고나갈 것을 공포한 것이다. 고작 몇 mm 더 튀어나온 것 가지고 뭐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반문을 할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만, 앞서 설명했듯이 분명 삼성은 무리수를 둘 정도로 갤럭시S6의 카메라에 거는 기대가 있다. 애플에 밀리지 않는 결과물, 더 나아가 애플보다 앞서는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논의하려고 할 때에는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단순히 좋은 픽셀의 센서만으로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발열부터 단가, 픽셀피치(센서크기)까지 제조회사들의 골머리를 썪히는 대표적인 파츠이다. 여기서 중요한 용어는 바로 "최적화"이다. 얼마나 작은 이 디바이스에 최적화되어 있는 화소수와 설계로 최적의 결과물을 얻어낼 것인가에 있다. 누가 스마트폰으로 DSLR 수준의 결과물을 기대할까? 그저 최적화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20메가픽셀 모듈을 장착하기 위한 것이 삼성이 카메라를 더 돌출시킨 대표적 이유라는 것이다. 필자가 서론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높은화소수에 끌리는 소비자들이 있다. 즉,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숫자놀이"에 잘도 당한다. 숫자가 높으면 더 좋은 카메라 더 잘 찍히는 카메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최신 애플의 디바이스인 아이폰6의 카메라 화소수는 고작(?) 800만이다. 갤럭시S6가 2000만화소로 나온다면 2배 이상의 픽셀이다. 늘 스펙에서만큼은 애플에서 지지 않았던 삼성이 이제는 두배를 뛰어넘는 화소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그럼에도 애플은 차기 모델에서도 동일한 800만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삼성이 고민하는 딜레마가 어렴풋이 보인다. 숫자가 더 높아진다는 것은 곧 신제품의 성능향상, 곧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구입해야만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신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제품보다 무엇인가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기대하며 그것이 충족되었을 때 제품을 구매한다. 어쩌면 16메가픽셀이 가장 적당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모듈이었음에도 삼성이 무리수를 두어 20메가픽셀을 장착하고 카메라를 더 돌출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매력적인 디자인이나 기능이 없다면, 제조사로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메인 파츠들의 숫자를 올리는 것이다. 물론 삼성이 반드시 그렇게 했다거나 그렇게 하고 있다고 우기는 것은 아니다. 최적화가 아닌 무리수를 두면서 더 높은 숫자의 파츠를 끼워 넣는 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리하게 보인다. 특히 발열문제로 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이번 글을 쓰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여전히 숫자놀이에 당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시시콜콜해진 뻔한 이야기이지만, 숫자에 속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2000만 화소이니 무조건 사진이 잘 찍혀요~ 그러니 2000만 화소 밑에 있는 찌끄러기들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최신품 사세요~" 라는 말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화소는 가능성의 한 축일뿐 결과를 장담하진 못한다. 결국 갤럭시S5의 카메라돌출이 (제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화소만 높이기 위한 돌출이었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무리 카메라 성능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못한다. 인식이라는 것은 장시간 신뢰를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카메라 성능에 대한 인식에서 여전히 애플이 우위에 있다. 따라서 성능에 앞서 인식을 따라잡기 위해서 삼성은 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삼성의 이번 도전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돌출시키지 않았더라면 더 퍼팩트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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