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상식(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 일요일(현지시간) 저녁 굉장히 이슈를 받았던 두 기업이 있었으니 하나는 트위터이고 하나는 삼성이었다. 왜냐하면 오스카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가 오스카 시상식 중 삼성 갤럭시 노트3로 셀프샷을 찍어 트윗에 올렸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오스카 공식후원자로서 대기실 벽면에 스마트 TV, 태블릿 21대, 스마트폰 55대 등 86개 제품을 마케팅에 사용했다. 약 2,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지난 5년동안 오스카 시상식의 메인 후원자로 참여하였었다. 삼성은 지난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도 갤럭시노트3를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지급한 강력한 마케팅을 펼쳤고, 이미 국내에서도 드라마나 유명인들에게 자사의 기기를 지급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명인사를 이용하는 마케팅으로 삼성은 한류열풍이 일어나는 아시아국가들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필자도 여러번 지적했지만, 특별한 행사에 공식후원사로 참여하여 제품을 홍보하고, 참가한 유명인들에게 제품을 지급하는 것은 아주 정당하다. 그러나 현재 오스카 시상식 뒤에 이슈되는 이 엘렌 드제너러스가 주도하고 트윗한 한 사진이 매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가 트윗한 사진에는 브래드 피트, 메릴 스트립, 안젤리나 졸리 등 헐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찍혀 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무려 트윗이 117만건이나 리트윗되면서 현재까지 가장 많이 리트윗된 트윗으로 기록을 올렸다. 이제까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트위한 "Four more years"보다 약 40만건나 넘는 수치이다. 그것도 무려 1시간만에 80만건 이상이 리트윗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물론 후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아주 정당한 일이겠으나 이번 오스카 시상식이 삼성의 광고로 얼룩졌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은 시상식 중간에 갤럭시 S5 티저 광고는 물론 갤럭시노트3, 갤럭시 기어, 커브드 TV, 스마트 TV 등 삼성전자 제품 전체를 보여주는 광고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외신에서 이미 삼성전자의 PPL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후원사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간주해야한다. 행사운영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후원사들의 권리를 보호를 받아야 한다. 광고나 마케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후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건데, 자선사업이 아닌이상, 후원을 통해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어필을 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후원사의 권리를 인정하는 측면에서 PPL이 일부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었을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원사로서의 권리임을 분명 인식할 필요가 있다. 후원사의 투자로 우리들은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시상식 명장면들을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삼성이 엘렌 드제너러스에게 참석자의 현장 촬영을 요청했느냐이다. 테크크런치(www.techcrench.com)는 오스카 시상식 이후 삼성과 엘렌 드제너러스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주요한 요지는 삼성측이 오스카 진행자 엘렌에게 특별한 보상을 약속하고 최대한 삼성제품을 홍보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상식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엘렌의 지위를 이용한 또 다른 뒷거래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미 SNS에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삼성측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테크크런치에게 엘렌에게 뒷돈을 준적이 없고, 의도적으로 삼성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요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사진에 대한 국내의 기사에서도 보면, 대박난 이 사진 한 장에 대해 삼성전자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을 뿐 드제너러스에게 참석자의 현장 촬영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그저 엘렌 드제너러스가 자의적으로 헐리우드 배우와 함께 삼성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an integration with ABC” (the network that broadcast the ceremony), but the company said it was DeGeneres who chose to “organically incorporate the device into the selfie moment that had everyone talking. - 삼성측 답변 원문보기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면, 엘렌 드제너러스는 행사 중 갤럭시 노트3를 들고 갑자기 무대에서 횡설수설하면서 셀카를 찍어 트윗을 하고, 객석에 내려가 갑자기 배우들과 문제가 되는 사진을 찍었다. 무엇인가 굉장히 의도성이 강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역시 이번 사진은 "자발적" 또는 "즉흥적"인 사진이 아니라 노트3의 PPL을 위한 의도성있는 행위라고 밝힌다. 삼성의 답변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사실 삼성이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은 그저 공식후원사로서 오스카시상식에 참여만 했을 뿐인데 엘렌 드제너러스가 스스로 갤럭시노트3를 들고 홍보하는 듯한 행위들을 했다는 것은 믿기는 힘들어 보인다.
테크크런치에 의하면 이번 시상식을 중계한 ABC 방송 콘티에 이미 엘렌 드제너러스의 셀프샷이 계획되어 있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엘렌이었고, 엘렌이 직접적으로 스토리를 짜면서 삼성 기기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사화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다루었다.
말하자면, 삼성의 주장과는 다르게 삼성은 방송국과 간접광고 계약을 맺고 엘렌 드제너러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까지 알려주면서 이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트3와 함께 엘렌 드제너러스의 사진이 엄청나게 리트윗되자, 삼성은 엘렌에 선정한 세인트 쥬드 어린이 연구 병원과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각각 150만 달러, 총 300만 달러를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스테이지 샷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한 엘렌 드제너러스)
더욱 놀라운 것은 엘런이 평소 아이폰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보통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트윗으로 올리면 트위터에 어느 기기로 올렸는지 나타난다. 엘렌 드제너러스은 분명 메인 핸드폰은 아이폰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엘렌이 행사장에서 내려와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찍고 올린 기기는 다름 아닌 아이폰이었다. 무엇보다 엘렌은 자신의 쇼에서 아이폰에 관한 유머를 터트리고 "Heads Up"이라는 아이폰용 게임은 엘런 쇼의 제작진이 개발하고 엘렌이 홍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논쟁의 핵심이다. 이제 사람들도 PPL 제품은 실제 유명인이 사용하는 제품과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공식후원사들의 PPL이 매우 정당한 행위일지라도 너무 과도하게 선전하는 행위와 분명 PPL인데 PPL이 아니었고 유명인사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문제이다. 유명인사들이 무슨 제품을 사용하든 상관 없지만, 이미 삼성의 제품을 칭찬하는 트윗이 타사의 제품으로 트윗된 경우가 여러번 있었던 터라 이것은 단순한 PPL을 넘어 사기에 가깝다는 평가이다.
(삼성 스마트폰 칭찬하는 글을 아이폰으로 올린 유명인사들)
오스카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이라는 풍자적 기사들이 돈다. 드라마를 보면 전혀 줄거리와 상관도 없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던지 S펜을 들고 낙서를 한다.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PPL이 아니라 개콘의 시청률의 제왕처럼 누가봐도 의도적인 PPL이다.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엘렌 드제너러스가 갤럭시노트3를 들고 갑자기 사진을 찍고 트윗을 한 것 역시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PPL은 후원사로서의 정당한 권리이다. PPL의 뜻은 Product Placement의 줄임말이다. 정확한 의미는 영화나 드라마에 특정 제품을 소도구로 삽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간접광고를 뜻하고 있다. 삼성의 오스카 시상식의 광고형태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그러나 만약 이 한장의 사진이 이토록 많은 수의 리트윗이 되지 않았더라면 삼성의 PPL 문제도 그리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SNS 광고 마케팅에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유명인사들의 "개인쇼셜네트워크" 계정을 이용한 PPL이 과연 합당할까? 사람들이 PPL인줄 알고 리트윗을 한 것일까? 세기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으며 축제의 꽃을 피우고, 또한 수많은 사람들은 스타들이 한 컷에 친근하게 담겨 있는 모습에 감동이 되어 리트윗을 하였는데, 실상은 그 모든 과정과 행위가 PPL이었다는 것을 알고 씁쓸한 마음에 서운한 마음이 솟아났을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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