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외식을 하러 나가기 전 맛집을 포털에서 검색하고, 가고 싶은 레스토랑의 메뉴를 알고 싶으면 꼭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식당검색만으로 위치, 주소, 메뉴, 평가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국내 포털의 정보력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포털(potal)이라는 뜻은 "관문"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거쳐가는 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해주는 정보는 뉴스, 주식, 스포츠, 생활, 쇼핑 등 정말 다양하다. 국내에 주요한 포털들은 사용자들의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서비스는 사용자 중심이라기 보다는 광고시장을 선점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결국 국내 포털서비스의 핵심은 전자상거래 중개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 사이트에서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검색서비스인 "구글"은 조금 다르다. 구글을 포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첫 페이지는 국내 포털과 굉장히 다르다. 그저 구글로고 하나 크게 하나 있고 그 아래 검색창이 있을 뿐이다. 굉장히 간단히 보이는데 세계인들은 국내 포털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는 야후 보다 구글을 더 선호한다. 왜 그럴까?
구글의 단순한 검색엔진에 왜 열광했나?
물론 구글이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구글 코리아는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첫페이지에 주요기사와 실시간검색순위를 등록시킨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구글의 근본정신에 위배된다는 생각에 이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사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고 싶어서 포털을 사용한다기 보다는 그저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글에 적응되어 있는 이용자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뉴슈나 이슈를 보기 위해서 구글을 이용하기보다는 원하는 정보를 얻고 찾기 위해서 찾아온다. 구글은 이러한 사용패턴에 매우 최적화되어 있다.
구글은 IT기업이라기 보다는 광고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의 대부분의 수입은 광고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포털은 첫페이지에 다량의 광고를 노출시키지만, 구글은 광고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검색엔진기능만 보더라도 국내 포털은 특정한 검색어를 검색하면 상단에 "파워링크"과련 광고가 먼저 상단에 노출되지만, 구글의 경우에는 가장 하단에 위치했었다. 그럼에도 구글은 대체로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 분명 광고가 있는데 크게 노출되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자극적 광고가 아니라 광고 역시도 사용자가 원해서 보게 되는 광고배치형식을 따르고 있다. 세계인들은 이러한 깨끗하고 사용자 중심의 구글 검색엔진에 대해서 열광했고 매우 매력적으로 반응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용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인기글을 노출시키고, 실시간 이슈를 소개하고, 맛집이나 제품구입처를 소개해주면 얼마나 좋은 서비스인가?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객관적인가에 있다. 국내의 인터넷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컨텐츠를 검색결과 최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재정과 시간을 투자하는가? 결국 노출된 결과를 객관적으로 규정해줄 기준이 없고, 공명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결국 광고비를 지불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각 검색엔진들이 검색결과를 어떻게 반영시킬지 나름의 알고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보를 각 검색엔진 사이트들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기준으로 검색결과가 반영되는지 이용자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구글은 조금 더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광고로 올라온 사이트는 하단에 내리고 절제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특별히 어떠한 사이트를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나 강조법도 없었다. 그저 텍스트로 검색결과를 반영시키고 유저들의 선택권을 크게 늘렸다. 심심하기 짝이 없지만, 검색의 주체자가 사용자라는 존중을 받는 것에 매우 만족감을 얻는다.
(구글의 검색엔진 점유율의 거의 90%는 구글이다)
구글의 레스토랑 메뉴 서비스 문제?
그런데 구글의 검색엔진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미 2010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인터넷 검색 관련 경쟁업체들은 구글의 반독점으로 인한 부당한 검색 알고리듬에 대해서 EU 집행위원회에 제소하였다. 구글은 반독점 지위를 활용해서 자사의 광고 링크와 서비스만을 우선적으로 검색 결과에 보여줌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강요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기사보기).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지 않는가?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구글이 레스토랑의 메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정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면 (식당의 이름과 메뉴를 보여달라는 글을 남기면 - 수정) 검색 결과에 그 레스토랑의 전체 메뉴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구글 블로그에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이를 보는 외신들의 기사는 구글이 사용자들이 레스토랑 홈페이지를 따로 들어가 메뉴를 더 검색할 필요없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평가하였다. 현재 미국에서만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구글의 단순함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구글의 레스토랑 메뉴 검색 서비스에 관한 The Verge의 기사)
(구글 레스토랑 메뉴 검색 결과)
그러나 구글이 레스토랑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더 많은 레스토랑 사업주와 접촉해야 하며, 대규모의 레스토랑 사업주들은 검색결과 반영을 위해 거액의 계약을 할 것이다. 말하자면, 명목은 "검색서비스"이고 그 당위성은 "사용자들의 편리"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본질은 "광고"로 변질될 것이다. 사용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명목아래 구글검색 엔진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필자는 구글의 광팬이었다. 구글의 개방성이 좋았고, 수익분배 시스템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더욱이 깨끗하고 사용자 중심의 검색엔진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구글의 초기 검색엔진의 가치는 "포털"의 근본정신이었다. 말하자면, 검색하러왔지만, 구글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인터넷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나가라는 것이었다. 국내외 대부분의 포털들은 종착역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구글이 환승역이었다. 그저 관문의 역할만 했을 뿐, "덫의 문" 처럼 일단 들어왔으면 여기에서만 있어야 한다고 묶어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글의 서비스는 사용자 중심이었고, 무엇을 강요하지 않는 개방성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글에 대한 행보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안드로이드OS를 지키기 위해서 제조사들을 압박하는 것,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를 강화하는 것, 안드로이드폰의 외장메모리(microSD)를 제한 하는 것, 최근에는 구글 나우 런처 서비스까지 구글 안드로이드 정책을 준수하는 폰에게만 제한하였다. 물론 구글의 입장에서 제조사들을 통제해야할 당위성이 필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인배같은 카리스마가 사라졌다. 구글의 핵심가치인 "개방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제공하기로한 레스토랑 메뉴 서비스 역시 필자는 비꼬아서 볼 수 밖에 없다. 구글은 매우 존경할만한 IT기업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검색엔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힘이 커질 수록 구글 스스로도 자아성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의욕도 없는 듯하다. 필자는 광고자체는 양질의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고와 수입 때문에 검색서비스의 결과가 변하거나 컨텐츠의 내용이 변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컨텐츠가 우선이지 광고 아래 컨텐츠를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광고를 하단에 배치했었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했었던 구글이 이제는 노골적인 "광고"은 아니지만, 레스토랑 메뉴 서비스를 가장한 "광고"를 시작한 한것으로 본다. 필자는 여전히 구글을 좋아하지만, 사용자 선택 광고에서 이제 보여지는 광고로 변화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 아주 존경받던 큰 형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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