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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기타

스트라바 일탈현상에 대한 단상

by 디런치 2016. 10. 12.

스트라바는 자덕(자전거 덕후: 이하 자덕)인들에게 필수 어플이다. 스트라바 가민연동을 비롯하여, 즈위프트 등 다양한 라이딩 프로그램과 연동이 되어 자전거 동호인들의 자전거생활 관리에 매우 유익한 어플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몇몇 자덕인들을 중심으로 스트라바 일탈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 스트라바의 문제점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 본다.


스트라바는 개인운동관리프로그램이다. 자전거 뿐만 아니라 러닝이나 수영같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만 국한되는 앱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동호인들의 사용빈도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자전거 관련 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앞서 필자가 지적하였듯이 스트라바의 고유한 영역은 바로 개인운동관리프로그램으로서 자신이 하루 또는 일주일, 한달, 일년 어떻게 운동을 하였으며 수치 등을 계산하여 어느 수준으로 실력이 상승되었는지 앱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라바가 개인운동관리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일종의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전거 동호인들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능은 자신의 운동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 또는 함께 운동한 친구를 넘어서 그룹, 동호회, 지역, 나라 등 세분화하여 함께 비교하며 자신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하자면, 일종 구간(세그먼트)이 있고, 자신의 구간기록이 스트라바에 전송이 되면 자신의 지난 구간기록과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자신과 팔로우된 친구나 가입된 동호회원과 이 기록을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성별, 나이대에 대한 수준도 알려주니 자신의 구간기록이 어느정도의 수준인지 비교견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이 매우 유용한 것은 비슷한 수준의 동호회원등간의 실력향상의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일종의 트랩처럼 작용하여 더욱더 활발한 활동과 기록단축을 위해 고강도의 라이딩을 펼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그러했듯, 자덕들이 스트라바를 점차 떠나고 있다. 물론 필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잘 모른다. 다만,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스트라바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자신만의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늘어가는 것을 느낄 뿐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어떠한 역기능이 발생하였기에 이러한 탈스트라바 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것일까?




스트라바의 역기능


필자는 앞서 스트라바를 일종의 소셜미디어라고 정의하였다. 운동을 하는 사람끼리 자신의 운동상태를 공유하는 일종의 소셜미디어라고 보는게 맞다.  페이스북에서 유저들이 자신이 어디에 다녀왔으며 어떠한 느낌과 생각이 있는지 피드를 공유하는 것처럼 스트라바 역시도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가 어디를 다녀왔으며 어떻게 달렸는지를 공유하기에 소셜미디어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그러했듯, 스트라바의 기능은 상당히 퇴색되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 등장했던 된장남, 된장녀들이 스트라바에 올라오고, 상업적 마케팅을 펼치던 블랙유저들이 스트라바에도 등장했다. 순수하게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스트라바에는 자신의 거리와 기록을 자랑하는 것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포스팅이 올라오고, 자신의 장비나 감성을 자랑하여 아니꼬운 감정을 불러내는 라이더들도 많아진다. 페이스북의 많은 글들이 사실 자신의 상태보다는 자랑에 가까운 글들이 많은 것처럼, 스트라바의 기록 역시 많은 것들이 자신의 자랑에 가까운 것에 가깝다. 댓글 역시도 유사하다. 페이스북의 많은 댓글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뒷 속내는 다르다. 


스트라바 역시도 "굇수"라고 늘 칭찬을 하지만, 과연 이것이 칭찬일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글도 여러번 보게 된다. 물론 운동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실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도와 상관없이 자랑거리를 만들게 되는 것임으로 페이스북과 다소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타 라이더의 라이딩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는 사람가운데, 그의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도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으로 자신도 "좋아요"를 눌러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외로운 세상에서 나 혼자 라이딩하는 것도 서러운데,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이 있다는 건 대리만족을 불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의미건조한 일들을 반복적으로 해대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고, 그것을 그들에게만 공유하는게 더 편해 보이기마저 한다.


더 큰 문제는 스트라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수많은 샾 사장님 또는 업체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로드여신"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블로거 라이더들은 업체로부터 협찬을 많이 받는다. 협찬을 받는 라이더들에게서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역시도 아무나 협찬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역시도 동호회원들에게 굉장한 명예라는 생각을 한다. 동호인들의 라이딩을 지원하는 선한 업체 속에 이를 악용하는 업체들이 있다.


특히 이러한 업체들이 스트라바에 꽤나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자전거 스트라바 기록을 보면 전혀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인데, 여기저기 클럽에 가입되어 있기나 많은 팔로우 수를 가지고 있다. 무분별하게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팔로우를 신청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들은 그저 라이딩 피드가 올라오는 족족 "좋아요"만 누른다. 그렇게 관리해서 인맥을 쌓고, 자신의 브랜드나 업체를 홍보하고 나선다.   




스트라바 일탈, 씁쓸


스트라바의 본연의 기능을 참으로 유용하다. 필자 역시도 스트라바를 여전히 사용중에 있으면서 내 자신의 기록을 체크하고 더 열심히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로드사이클과 MTB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행한지도 오래되었다. 이제 동호회에서 단체로 라이딩을 하기보다 개별적으로 몇명이 모여서 조촐하게 하는 라이딩이 늘어나고 있다.


어제 엄청나게 흥행했던 자전거 동호회가 1년 겨울시즌이 들어갔다 봄이 되었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동호회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호회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분리되고, 또다른 동호회가 생겨나고, 이를 반복하다보니 이제 조촐하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라이딩을 하는 것이 속편하다.


스트라바에 기록을 올리는 라이더를 비아냥거리는 라이더마저 생가나고 있다. 스트라바도 빅데이터를 양산해 내고  개인의 고유한 활동을 침해하는 경우도 생기며, 심지어 범죄에도 활용된 경우가 있다. 이제는 더이상 운동관리 앱이 아닌 다양한 목적에 의해 접근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리고 그것을 일반화하여 앱 자체를 폄하하는 사람들로 인해 스트라바가 외면되고 있는거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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